각자 살았지만 함께 살아내기도
“오랜만입니다 … 또 봐요”
12년만에 만났네요
북경과 상해에서 1년 조금 넘게 같이 일헸단 동료를 12년만에 만났다. 12년 전에 동료는 한국에 유학중이었고 북경에 있는 IT개발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지원했기 때문에 PC방에 가서 skype로 얼굴보고 영문拼音으로 면접시험을 보고 입사했다. IT를 전공하지 않았지만 한중 언어를 모두 할 수 있고, 도전성을 높게 평가받아 입사하게 된 것이다. 입사하자 프로젝트에 투입되었고 1년 프로젝트를 한 후 바로 남편과 결혼하면서 회사를 떠났다. 그로부터 12년이 흘렀으니, 그동안 연락이 이어진 것도 신기하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주부, 엄마, 아내로서 지낸 동료와 가장, 아빠, 남편으로 지낸 이야기하면서 서로 비슷한 입장으로 살았구나 공감 하게 된다.
자녀가 커서 소학교(중국 초등학교)에 보내고 나니 우울해진 본인을 보살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래서 회계사 공부를 했다고 한다. 오로지 본인을 위해 공부하는 시간이어서 우울한 기분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그 덕분에 회사에서 회계를 맡아 일하기 시작했고 한국으로 출장을 오는 기회까지 생겼다. 대견하고 존경스럽다. 나는 여전히 코로나 후유증을 극복중이고 새로운 장면으로 인생을 펼치려고 노력중인터에 동료 이야기를 들으며 위로와 용기를 받았다.
다시 만나고 싶어요
동료는 자신을 돌아보면서 내게서 칭찬을 들은 기억이 났다고 했다. 같이 일할 때 내 입장에서는 용기를 주려고 지지도 했겠고, 채찍도 줬을텐데 ‘칭찬을 들은 기억’이 남았다니 다행이다. 내게 이런 쪽에 재주가 있구나 싶다.
도덕경을 아시죠? ‘도가도비상도’. 도덕경을 이해하려고 유명하다는 강의를 들었는데, 사장님도 아실 것 같았어요. ‘도’라는 것은 인간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에요. 우주 모든 구성원에게 있어요. 하늘은 하늘의 도리, 사람은 사람의 도리가 있어요. 그리고 사람이 하늘의 도리를 생각할 줄 알아야 사람의 도리를 잘 할 수 있어요. 아들이 배우는 것을 도와 줄 때 도리 생각을 많이 했어요. 부모가 공부를 도와주려는 마음으로 자녀에게 학습의 부담을 갖게 하면 안되잖아요. 다른 부모들처럼 공부가 스트레스를 주지 않게 하려고 아들을 지지하고 기다려 줬어요. 때로 남보다 못하는 면이 보여서 속상하고 안타깝기도 하지만, 잘 해낼거라고 믿고 기다려주고 건강을 챙기고 용기를 줘요. 엄마로서 평생 이렇게 살려구요.
중국에서 지내면서 도덕경 이야기를 접하기도 했다. 내 삶의 문제를 다룰 때 도덕경 처럼 경전에 빗대어 삶을 보는 것은 유익한 점이 있다. 줏대를 가진 임자로 내 삶의 한 장면을 직면할 때 경전을 빗대는 것은 그것에 의지하는 마음도 있겠지만, 같은 방향으로 생각한 선배들과 대화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동료가 들려준 도덕경 풀이는 나에게 해주는 위로와 용기의 말로 들렸다. 고마웠다.
따로 각자 스스로 살아가지만 우리는 함께 살아내기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