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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녀기는 대로 산다

내가 열받았다면, 나는 어떻게 왜 열받은건가?

내가 열내면, 그 때 당신은 ‘열받는 사람은 당신이지. 내가 당신을 열받게 하려고 일부러 그러지 않았어’라고 말하잖아. 당신이 열받았을 때 당신은 ‘음. 내가 열받았군’하고 말하나요?

내가 느끼고 녀길 때를 풀어 보면, 저쪽과 함께 겪은 것을 내 쪽에서 녀긴다고 할 수 있다.

‘저 쪽이 나한테 화가 났고 지금 말로 표현을 하는군’이라고 녀긴 일을 풀어보자. ‘화를 내는 이’은 어디에 있을까? 저쪽이 말을 하고 있고, 그 말을 듣고 나에 대해 화가 났다고 녀기는 쪽은 내 쪽이다.

저쪽이 나에게 화가 나서 말을 했는지는 그쪽에 물어보아야 알 수 있다. 저쪽이 화를 낸다고 녀기는 것은 느낌을 내 오랫동안 엮어 놓은 ‘내쪽 녀김 얼개’에 빗대어 보고 내가 녀긴 것이다.

저쪽은 혼자 말로 스스로 화를 푸는 일을 했을지도 모른다. 여러 사람과 함께 웃자는 의도로 말을 했을수도 있다. 저쪽이 ‘나는 말로 풀어버릴테니 앞으로 잘 지내자’는 의도로 말을 했을수도 있다. 저쪽의 욕망은 내쪽이 단박에 알기는 어려운 일이다.

내가 느끼고 녀긴 것은 오롯이 내가 한 것이다. 저쪽의 말소리를 듣는 나의 청각, 저쪽을 보는 나의 시각, 앞뒤 정황으로 추론하는 나의 생각이 느낌을 만들고, 그 느낌이 ‘내쪽 녀김 얼개’와 반응하여 내가 녀긴 것이다.
내가 녀기고 나서는 녀긴 것을 얼굴색, 표정, 말, 소리 높낮이, 동작, 행위로 드러낸다. 내가 드러낸 것이 저쪽에게 다시 느낌을 주었을 것이다.

이처럼 주거나 받거니 하고 함께 살아간다면, ‘내가 열받는 것’이 언제 왜 어떻게 시작된 것인지 모를 일이다. 함께 살아가고 같이 살아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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